사회적경제, 사회혁신
담론으로 발전해야
이원재
경제평론가
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
2013년 4월, 영국
옥스퍼드에는 65개국에서 1천 여명의 사회혁신가들이 모여들었다. 매년 열리는 ‘Skoll World Forum for Social
Entrepreneurs’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세계 사회적기업가들이 한 데 모여 사회문제의
혁신적 해법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4년 첫 문을 연 이래 10년째 포럼이었다. 포럼은 4월10~12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열렸다.
2013년 포럼의 주제어는 ‘파괴: 대담하게 상상하고 승리하는 설계를 하라’(Disrupt: Dare to
Imagine, Design to Win)였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사용했던 ‘창조적 파괴’(creative disruption)를 연상시켰다. 포럼에서는 이 단어가 상징하듯 기존 질서를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과 이를 통한 혁신을 강조하는 논의가 주류를
이뤘다.
스콜월드포럼이 처음 생기던 2004년만 해도 ‘사회혁신’이란
서구사회에서도 새롭지만 생소한 개념이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세 부문 모두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그 문제를
중심에 놓고 세 부문 모두의 전략을 유연하게 혼합해 사용하며 해결해 보자는 취지였다. 자연스레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비영리조직 등이 만드는 사회적경제가 중심에 섰다.
2004년 첫 스콜월드포럼의 기조연설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설립자, 미국 아쇼카의 빌 드레이튼 설립자, 영국 영파운데이션
초대 CEO이던 제프 멀건 등이었다. 유누스 설립자는 경제학자이면서
빈민은행을 세운 신기한 자선가였고, 드레이튼 설립자는 맥킨지와 미국 행정부를 거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든 혁신적 사회운동가였고, 제프 멀건은 영국 총리실의 정책보좌관으로 들어가 정부혁신을
기획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3년, 유누스는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고 그라민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전세계 금융계로 전파된 상태다. 드레이튼은 전세계 사회혁신가들의 구루가 됐고 아쇼카는
가장 유력한 사회혁신가 지원기관 중 하나다. 제프 멀건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의 학술진흥기관인
과학기술기금 대표를 맡아 혁신적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사회혁신의 아이디어를 전파하고 있다.
이들의 성장은 ‘사회혁신’이라는 아이디어가 단순한
방법론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담론으로서의 영향력을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 포럼에 참석했는데, 그 사이에도 중요한 변화가
감지됐다. 그 4년 동안의 변화를 간단히 표현하면 ‘주류 시장담론의 퇴조’, ‘혁신의 강조’, ‘제도, 정책에 대한 개입 노력’이다. 즉 ‘새로운
방식의 사회문제 해결’을 들고 나왔던 사회혁신이 처음에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 확산시키던 확산단계에서, 이제 사회구조를 정책으로 직접 변화시키는 구조변화 단계로까지 변천해온 것이다.
한국 사회적경제계도 단순히 개별 조직의 생존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한국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혁신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로
진화해야 할 시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