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경제 진영의 과제
문보경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는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기업 활동과 달리 일자리 부족, 사회서비스 확대, 지역 공동체 회복, 사회적 배제자의 사회통합, 골목 상권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소규모 협동조합 등이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자신 및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협동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활동을 통해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기업들을 ‘사회적 목적을 갖는 경제활동’이라는 의미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이라 통칭하고 있으며, 이들 조직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경제활동을 사회적경제라 칭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충분하지 못한 사회보장제도나 이윤 중심의 기업이 외면하고 있는 영역을 보완해주는 사회적 유용성을 지니고 있어 정부는 재정지원을 통해 육성 및 장려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유인책으로 하는 육성정책은 사회적경제조직의 양적 성장을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되었고,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문제와 사회서비스 확대라는 효과를 내어, 배제와 소외 현상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높여가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육성정책이 시장 보호 및 우호적인 사업 환경 조성보다 재정 지원을 중심으로 한 탓에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정부의 재정지원의 유무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런 현상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건강하고 책임 있는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기혁신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경영능력을 높이고, 제품의 질을 높이기 위한 혁신에 주목하고 있으며, 기술향상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과 투자에 대한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개별기업 차원의 혁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의 협력을 통한 대안 찾기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사회적경제 조직 간의 상호협력 거래’이다.
상호협력 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첫째, 시장 확대 측면에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상호 거래에 의한 협력적 시장 형성. 둘째,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협동조합 간 협동’이라는 원칙을 사회적경제 조직 간의 협동으로, 기성 협동조합과 신생 사회적경제 조직 간의 협동으로 확장한 의의가 있다. 협력 거래의 수준은 일회적 제품구매부터 지속적인 영업계약에 의한 거래까지 그 수위가 다양하다. 특정 행사나, 명절 때 소요되는 물품을 사회적경제조직의 생산품으로 구매하는 관행은 일찍부터 있어왔고, 현재는 거래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연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에 비해 현재의 수준은 재화와 물품의 제공 유무, 수량, 질 등에 있어서 상호 불일치가 있는 상황이지만, 다양한 단위에서의 논의를 통해 이 문제를 접근해 가고 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은 현재 상호협력거래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 외에도 사회적경제 공동의 기금조성, 관련 인프라 및 제도의 유기성을 높이는 정책방향 요구 등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의식을 갖추고 있는 주체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경제 당사자의 협력과 연대를 통한 공통의 노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시사점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경제 진영의 과제로 보편화하면 3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경제 당사자의 자조와 상호협력 의식의 강화. 이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속가능성의 동력을 외부의 지원에서 먼저 찾기보다는 자기 혁신과 자기 책임에서부터, 연대를 통한 상부상조를 통한 해법 찾기의 문화를 강화시키는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정부 주도의 사회적경제에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사회적경제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으로 작용하는 의미를 갖는다.
둘째, 사회적경제 진영의 물적 기반 형성을 위한 협력과 연대 강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협력 거래나 공동기금 조성의 노력은 사회적경제 진영의 물적 기반을 형성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제 막 일기 시작한 실천이다. 사회적경제의 사회적 유용성으로 인해 정부의 보조금, 후원금 등 다양한 자원이 혼합되어 그 역할을 더욱 강화하는 자원 협력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이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진영의 물적 자원이 함께 결합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취약한 사회적경제 진영의 물적 기반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립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사회인식 강화. 지역사회의 필요를 해결하는 존재로써 사회적경제 조직이 인식되기보다는 정부의 지원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다. 이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유용성을 입증하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해 각각의 사회적경제 조직이 스스로 부여하고 있는 사회적 미션과 그 실천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주는 사회적 유용성과 사회적 의미를 밝히는데 필요한 평가 틀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적극적으로 기업의 운영 공개 및 사회적 보고서의 발간을 통해 윤리 경영과 투명 경영이 이루어지는 사업조직임을 스스로 규명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