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전략
조재석
K-Coop(한국사회적경제협동조합) 이사장
<사회적경제 플랫폼> 저자
자본주의에서의 삶이 힘겨운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 어떠한 철학과 사상이 국가 경영에 적용되었으며 정치적으로 실현되었는가? 인류의 진보를 믿으면서, 옳고 그름을 가리고, 다름을 포용하면서 새로운 사회로의 실천 가능한 방안을 찾고 싶었습니다. ‘사회적 경제’(자활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그리고 사회적기업)는 돈(이윤) 보다 사람이 먼저인 더 나은 세상으로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입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호혜로 운영되는 욕구 충족과 인간 발전의 기업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었고, 저를 지탱해 주는 무기였으며, 실행해야 할 과제였습니다.
금번 <사회적경제 플랫폼> 책을 쓰면서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사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는 무엇이고, 왜 한국사회에서 중요한가?”,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은 무엇이고, 사회적기업가(Social Enterpreneur)는 누구이며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과 협동조합 기업(Co-operative Enterprise)의 서로 다른 점과 같은 점은 무엇인가?”, “지속성장 가능한 새로운 사회는 가능한가?”를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세금을 기반으로 움직이며, 국가 이성에 명령 또는 일치하도록 하는 ‘공적 영역’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은 가격에 의해 생산 전체를 규제할 수 있는 상품의 매매 장소인데 철저히 이윤을 기반으로 하는 ‘사적 영역’입니다.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는 상반될 수 있는 ‘사회’와 ‘경제’의 합성어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 활동이며, 경제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경제(Economy)는 ① 욕구 충족, 좋은 삶, 행복, 인간 발전의 살림살이(정신적, 물질적, 육체적 행위를 충족시킬 수단을 조달하는) 영역과 ② 이윤, 수익성, 제품과 서비스의 상품화, 경쟁의 돈벌이(정신적, 물적 자산을 활용하여 재물 획득을 위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영역을 구분하지 않거나 잘못 이해 · 혼용하여 혼란을 야기시켰습니다. ‘사회적경제’는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이윤을 위해 만나는 경제 행위가 아니라, 필요와 욕구 충족의 인간 발전을 위한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기반으로 하며, 희망합니다.
‘사회적경제’는 자본주의 실패에 대한 대안적 사상과 철학의 실천으로써, 원동력이 되었던 조직체(주식회사)와는 다른 운영 원칙을 가진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으로 존재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인간이 이기적 존재라고 가정하며 물질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사회적경제’는 인간이 상호적 존재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며 물질이 사람들의 도덕적 수준을 낮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규범의 환경을 갖출 수 있다면 협동사회와 협동경제 조직은 가능하며, 그것이 바람직한 사회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의 변화와 경제개혁의 과제만이 아니라 사람의 관계 등 경제양극화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사회관계망에서 어떻게 풀어 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질문과 해답이며 이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다른 체계와 제도와 체제가 필요하고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그 누구도, 어느 섹터도, 노동의 과정과 결과도 희생이 아니라 욕구와 필요, 행복과 생명의 원천이라는 존엄성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역을 뛰어 넘는 엄청난 역량, 섹터간의 높은 장벽, 변하지 않는 경쟁적 가치 구조와 규범,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체계는 사회적 경제의 열정을 무참히 짓밟곤 합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치학은 이해 관계자들을 포괄하는 정치양식으로, 경제학은 사회현상을 분석하여 시장을 자율적이면서도 호혜적 규범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인간이 이기적 존재라고 가정하는 시장경제에서 살고 있지만 인간이 상호적 존재라고 가정하는 ‘사회적경제’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지도 모릅니다. 보다 진보된 좋은 국가는 많이 가진 사람이 잘사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권리가 주어지는가로 측정됩니다. 이제는, 사람과 사회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정치인들의 감성과 가진 자들의 책임으로 국민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할 때입니다.
과정을 중시하는 민관협치의 거버넌스형 국가 경영과 공동의 선에 따라 조정되는 규범과 시장구조, 공기업과 대기업의 사회·경제적 책임(CSR, CSV), ‘사회적경제’(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등)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에 의한 ‘사회적 자본 창출’, 자연재생에너지 개발과 전환 등은 공동체를 생성·복원하고 사회를 지속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마감하는 ‘자살’은 ‘사회적 타살’입니다. 가족파괴 현상이 유행이나 전염병처럼 번지는 세계 최고의 자살공화국 대한민국을 보면서 공동체적 위험을 경고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저항하는 것은 잘못된 특정한 사회이므로 사회문제는 쉽게 보이지 않으며, 해법을 찾는 것은 어렵고, 실천하는 것은 힘든 여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실패의 과정도 미래의 자산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작은 몫이라도 자신의 운명과 사회의 주인이 되어 자랑스러운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사회적 경제’는 함께 일하고 나누고 보살피는 공존의 가치가 실현되는 융합의 학문이며, 그렇게 운영되는 기업 조직체를 통칭합니다. 보다 더 보람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이 연합하여 공동체를 만들고, 불편부당한 사회적 · 경제적 가치와 돈과 이윤과 경쟁에 도전하는 기업 활동이며 공감의 시대를 여는 운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