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적경제 속 마을경제의 위상
박명분
사단법인 한국마을기업협회장
2010년, 지난 정부에서는 일자리창출의 일환으로 사회적 일자리사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에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공동체회사 등 정부의 보조금사업들이 각 중앙부처별로 시행되었다. 여기에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소위 '사회적경제'란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존 자본주의 경제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정부 또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의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보완책 내지는 대안정책으로 사회적경제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경제란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형태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농촌경제시대에 존재했던 품앗이, 향약, 두레, 계 등 옛날 협동 방식의 마을 운영을 21세기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형태로 표출된 것이 지금의 사회적경제로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통한 경제활동으로 나타난 정책수단이 현재의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 기업의 형태를 갖춘 사회적경제기업이다. 2013년까지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시민사회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올해는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적경제기본법이라는 법(안) 제정에 경쟁하듯 몰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만큼 사회적경 제분야의 성장과 확대가 우리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이며, 지역의 공동체를 회복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경제활동이 현재의 다양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마을기업, 마을 단위의 경제 활성화 촉매제 역할
사회적경제는 기본적으로 지역을 근간으로 마을주민이 중심이 되어 서로의 연계를 통한 경제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이 지역주민 중심의 협동경제를 가장 잘 실현하는 정책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0년 하반기 시범사업으로 출발한 현재의 마을기업은 불과 4년 만에 1200여개의 마을기업이 설립되었다. 운영은 물론 지역공동체 회복수단으로 마을 단위의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 수행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사회적경제기업의 대부분이 각 부처의 법률에 따라 시행되고 있지만, 마을기업만이 유일하게 사업지침에 의존하고 있다.
2013년 5월에 국토교통부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항 제9호에 따른 마을기업에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특별법에 따라 "마을기업"이란, 지역주민 또는 단체가 해당 지역의 인력, 향토, 문화, 자연자원 등 각종 자원을 활용하여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며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운영하는 기업을 뜻하게 되었다.
다만, 여기서 활용되는 마을기업은 도시재생의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목적명시가 되어 있어 전체적인 마을기업 사업대상 시행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마을기업만의 독자적인 법률이 필요하다. 2013년 말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법(안)」이 마련되어 현재 안전행정부 상임위를 통과하여 소위에서 논의 중에 있다. 이 법률(안) 제2조 제3항에 마을기업을 명시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은 물론 제품과 서비스 우선구매, 지방세 감면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을단위 경제활동 선도
마을기업의 지향하는 제1의 가치는 지역공동체 회복이다.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경제적 수단으로써 마을기업이란 비즈니스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마을기업이 시군구 단위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은 미미하지만 읍면동 단위 수준에서의 경제활동에 따른 파급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존 하드웨어 방식의 마을발전 전략은 마을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지 못하고 빈 공간만이 사업성과물이 되어 방치되는 역기능도 발생했다. 실질적인 마을 단위의 지역경제 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 시행된 소프트웨어 방식의 마을기업 사업은 유효했다. 마을에 숨겨져 있던 인적 자원은 물론 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을의 경제활동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분야는 마을에 거주하는 정주민들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수단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게 되어 있다. 대단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대규모의 자본금이 투여되지 않아도 주민과 주민 사이의 신뢰와 협동 과정의 경제활동을 통해 마을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마을기업은 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며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마을 단위의 경제활동,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다양한 정량적 성과 외 지역공동체 회복 등 정성적 성과를 감안하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대단하다 할 것이다. 마을경제가 튼튼해야 지역경제가 건실해지고, 지역사회의 신뢰가 선행되어야 우리 나라 전체의 경제활동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에도 버터낼 수 있었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제는 이러한 마을 단위에서 시작된 협동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마을기업 등과 같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마을경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적 규모면에서는 미미하고 작은 단위이지만 마을경제가 우리 나라의 경제를 받쳐주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 마을경제의 위상 정립이 우리 사회 발전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