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 일곱번째 한국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은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을 일곱번째 한국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했다. 여명학교는 2004년에 설립되어 2010년에는 서울시 교육청의 고교과정 학력인가를 받은 최초의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이다. 외형에 치중됐던 기존의 제한적 대안학교 인가 요건에 대한 법 개정을 이끌어내 여명학교가 고교 학력인가를 받게 만든 그 중심에 바로 조명숙 교감이 있다. 조 교감은 가장 소외된 청소년 집단인 북한이탈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사회 적응, 학업 성취를 모두 균형 있게 충족시킬 수 있는 특화된 교육 환경을 마련했다.
한국 사회로 유입되는 탈북 주민은 한 해 1,500여 명 가량. 이들 대다수가 중국, 태국, 라오스 같은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다. 탈북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인신매매와 매매혼, 그리고 강제송환의 만성적 위험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상당수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있다. 조 교감은 탈북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와, 한국 입국 후 직면하게 되는 언어적, 문화적,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학습과 사회화 둘 다에서 이중고를 겪는 북한이탈청소년에 주목했다.
조 교감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의 전인적인 회복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학교 시스템을 설계했다.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교육을 바라보고 사회화 과정의 하나로 교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맞춤식 학과 교육, 심리 치료 공간과 프로그램, 사회 적응을 돕는 체험 활동 등 학교환경과 커리큘럼을 새로 개발했다. 또한, 새 교과과정 설계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제도적 변화를 모색하며 국내 교육 시스템의 변화를 유도해 왔다. 학력인가 관련법 개정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학교 명의의 건물과 운동장 부지에 관한 비합리적인 자격 요건을 제거했다. 나아가, 중학교 검정고시의 수를 연간 1회에서 2회로 늘림으로써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학생들이 시험 준비에만 1년을 더 할애할 필요가 없도록 제도 개혁을 이뤄냈다.
아쇼카는 조 교감의 이러한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과 실행력을 높이 샀다. 아쇼카의 창립자 빌 드레이튼(Bill Drayton)은 “이미 그녀의 삶은 사회혁신기업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녀는 단순히 하나의 학교를 설립하는 데에서 그친 게 아니라, 한국의 제도를 바꿈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독립된 학교가 생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일반 공립학교 교사들을 위해서도, 북한이탈청소년과 같은 소수 집단 학생들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에 관해 여명학교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공유함으로써 앞으로 변화할 한국 사회의 중요한 준비를 이끌고 있다”고 선정 최종 승인 이유를 밝혔다.
조 교감은 “북한이탈주민들이 항상 하는 말이 '북한에서는 배고파서 못 살겠고, 중국에서는 잡혀갈까 무서워서 못 살겠고, 남한에서는 몰라서 못 살겠다’이다”라며, “외국인 노동자, 조선족, 난민, 북한이탈주민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의 축적된 경험들을 통해, 그 동안 관심 받지 못해 온 사회 각 집단을 포용하는 한국 사회를 위해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고 그간의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또한, 아쇼카 펠로우 선정에 대해 “마치 우주선을 타고 외롭게 항해하는데 주파수를 돌리다 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존재만으로 격려가 되고, 앞으로 남은 길을 외롭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내게 아쇼카란 그런 의미이다”라고 선정 소감을 밝혔다.